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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8회 부산 인터시티 영화제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849
2025-09-25 15:30:09

2024 제 8회 부산 인터시티 영화제

 

일시 | 2024. 08. 30. ~ 09. 01.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무사이극장

 


 

참여도시

 

| 골웨이 | 그디니아 | 뭄바이 | 바야돌리드 | 부산 | 브리스톨 | 비톨라 | 산투스 | 아디야만 | 야마가타 | 우츠 | 후쿠오카 |

 


 

영화 섹션

 

丨Residency 01丨

가비 Gavi

시놉시스

호텔 청소부인 '가비'는 어느 날 303호 방을 청소하다 팔찌를 줍는다.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 가비는 팔찌의 주인인 '로페즈'와 대면하게 되고 이후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丨Inter-City 01丨

손상주의 Fragile丨바야돌리드 Valladolid丨

시놉시스

세르반테스의 “유리 석사에 관한 소설” 일부를 자유 각색한 이 작품은 자신이 유리로 만들어졌다고 믿는 예민하고 섬세한 토마스의 이야기다. 그는 광기란 미명 아래 생각을 여과없이 말한다.

프로그램노트

삐뚤어진 화면 위로 병원이 보이고, 환자복을 걸친 토마스가 거리로 뛰쳐나온다. 초점 없는 눈, 삐쩍 마른 몸, 엉기적거리는 걸음걸이까지, 과연 예사롭지 않은 행색이다. 토마스와 마주치는 거리의 사람들은 그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기도, 토마토 하나를 선물하기도, 놀리거나 싸움을 걸기도,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다만 토마스의 대응 방식은 별나다. 남과 싸우지 않기 때문에 행복할 뿐이라며 엉뚱한 말을 늘어놓거나 선물 받은 토마토가 바닥에 짓눌린 채 있어도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에게 지독한 면박을 주기도, 맞고 쓰러진 척하며 도망가기도, 어처구니없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토마스의 여정 끝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다소 싱거운 결말에 다다라 상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한 사람의 노정에는 왠지 모를 애틋함과 유쾌함이 존재한다. 그저 더치 앵글 위로 펼쳐지는 발칙한 리듬에 눈과 귀를 맡겨보시길 권한다. (윤지혜)

너를 위해서라면  Everything For My Friend丨그드니아 Gdynia丨

시놉시스

‘아냐’는 절친한 친구 카샤와 다툰다. 카샤가 좌절감에 자기 졸업작품을 망가뜨리자, 아냐는 친구에게 사과하려 한다. 그러나 카샤의 행동에 단순한 싸움 이상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냐는 우정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프로그램노트

아냐와 카샤는 젊은 미술학도로서 꿈을 키워나가며 일상의 내밀한 영역도 스스럼없이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다. 함께 해외 인턴십에 오를 날을 기대하며 상기된 두 사람 사이로 어떤 불안이 비친다. 언제나 조금씩 자신보다 앞서가는 카샤를 보며 이번만큼은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하려는 아냐. 그러나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또다른 선택의 갈림길 앞으로 그녀를 데려놓는다. 곳곳에 등장하는 캠코더 속 장면들은 단순한 기록의 의미 이상으로 지금껏 서로를 지켜보며 쌓아올린 애정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는 명료한 증거로 단단하게 자리한다. 때로 자신의 눈을 어둡게 만들고 마음을 흐려놓는 존재들을 마주할 때, 다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을 이정표로 삼아야할까? 아냐는 어떻게 다시 카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남영)

정거장 Stopover丨우츠 Łódź丨

시놉시스

로버트는 노숙자 보호소에 거주한다. 그는 겨울 저녁 대부분을 거리에 사는 사람들을 돕는 데 보낸다. 각 정거장은 만남의 계기다. 매년 겨울은 뉴 오차드 보호소의 정거장이다.

프로그램노트

지금 폴란드에선 33,000명의 홈리스가 거주 문제를 겪고 있다. 주인공 로버트도 쉼터 시설에 머무는 홈리스다. 그는 매 저녁 거리의 홈리스들을 위한 식사 배급에 참여한다. 기착지에 대기 중인 홈리스들의 면모는 가지각색이다. 별일 아닌 일처럼 길 위의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도 있고 여러 이유를 대며 음식을 더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와중에 로버트의 유일한 삶의 낙은 맥주인데, 이 맥주가 문제를 일으킨다. 잦은 음주와 생활 태도의 결함으로 인해 로버트가 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별히 극적이지 않은 대화와 상황으로 채워진 작품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푹 가라앉은 듯한 화면의 질감과 고스란히 보이는 홈리스들의 거친 피부, 종종 언급되는 전쟁의 상흔 등이 여러 삶의 풍파를 먹먹하게 드러낸다. (이우빈)

말와 쿠샨 Malwa Khushan丨뭄바이 Mumbai丨

시놉시스

인도 시골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말와(16세), 쿠샨(14세) 두 자매의 여정이다. 그들은 사춘기의 복잡한 성적 매력을 탐구하고 경험하며 자란다. 쿠샨은 할머니가 있어도 대담하고 강인한 말와를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새로운 소녀가 쿠샨의 반에 들어오면서 그녀는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이들의 삶은 예기치 못한 쪽으로 흐른다.

프로그램노트

인도의 어느 시골,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0대 자매 말와와 쿠샨은 삶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언니 말와는 학교 선배와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남을 시작한다. 그런 말와의 모습이 마냥 자신과 멀어보였던 동생 쿠샨에게도 마음을 흔드는 사람이 나타난다. 각자 다른 속도로 사춘기를 지나고 있던 두 사람은 타인과 관계 맺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나가기 시작한다. 말와와 쿠샨을 보며 이 시기에 겪는 통과의례는 모두 엇비슷한 모습을 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고유한 궤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찾고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판의 꽃 한 송이가 쿠샨에게는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남영)

시간의 흐름 Flow of Time丨뭄바이 Mumbai丨

시놉시스

영화는 역사적인 베구르 호수 양쪽에 사는 누르 메리, 프라사드의 삶을 다루며, 환원의 개념과 현재의 중요성에 대한 복잡한 이해를 관찰한다. 누르 마리에게 호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수단이지만, 프라사드에게는 여가이자 자연과 연결되는 기회다. 두 사람이 대변하는 집단 간의 상반된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프로그램노트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보존이냐 개발이냐 하는 논쟁 아래서 시위하거나 땅을 갈아엎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게는 개발되는 쪽으로 결정이 나고, 유서 깊은 터전은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이미 정해진 답 앞에서 무엇이 옳은 방향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소용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다각도의 견해와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 한때 1,000여 곳에 달했던 인도 벵갈루루의 호수들은 현재 210곳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영화는 그중 하나인 베구르 호수를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 서로 다른 두 입장이 존재한다. ‘누르 메리’에게 베구르 호수는 농사를 지속케 하는 생업의 공간이다. ‘프라사드’에게 해당 호수는 휴양의 수단이자 자연과의 지속 가능한 관계를 이어가는 타협의 공간이다. 이미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하수 처리를 막고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일일까. 호수를 매립하고 공원을 만드는 등의 개발 정책이 과연 적확한 타개책일 될 수 있을까. 영화는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곱씹게 만든다. (윤지혜)


丨Inter-City 02丨

재회 : 야마가타다큐멘터리영화제 35주년

Reunion : 35 Years of the Yamagata International Documentary Film Festival丨야마가타 Yamagata丨

시놉시스

2023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정상개최 되었다. 2021년 온라인 개최 당시, 영화제의 상징적 야간행사 '코미안 클럽'이 열리던 오랜 전통의 피클 가게가 폐업하고, 영화제의 중추적 인물이 갑자기 사망했다. 마지막 정상 개최 이후 지난 4년은 많은 도전의 시기였다.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영화제의 의의와 매력, 관계자들의 생각과 결심을 살핀다.

프로그램노트

2023년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YIDFF)의 35주년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다.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 영화제의 풍경을 기록했다. 영화제가 시작된 배경과 영화제의 주요 기치도 군데군데 섞이며 풍성한 기록 영상으로 완성됐다. YIDFF가 스스로 소개한 영화제의 강점은 친밀함이다. 도쿄국제영화제와 같은 커다란 영화제보다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가 무척 가깝고, 그렇기에 모두가 더 따스하고 깊은 기억을 만들 수 있단 것이다. 애초 영화제를 시작했던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은 마을의 젊은이들에게 이어졌고 영화제는 지역 축제로서의 중요한 가치까지 지켜내고 있다. 아이부터 노년까지, 온 마을 주민이 자원봉사자로 두런두런 모여 영화제와 영화의 재미를 설파하는 일련의 장면은 일상적인 광경이면서도 무척이나 뭉클하다.  (이우빈)

만다라 Mandala丨그드니아 Gdynia丨

시놉시스

우치야는 아들의 건강을 회복시켜 과거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씻으려 한다. 그녀가 노력할수록 모성과 폭력, 현실과 악몽의 경계는 흐려져간다.

프로그램노트

우치야는 열 살배기쯤 되어 보이는 아들 빅토르와 둘이 살고 있다. 빅토르는 다리를 크게 다친 것인지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여 재활 운동에 매진 중이다. 어느 날 빅토르는 담요와 베개를 사용해 거실에 텐트 하나를 짓는다. 그 후로부터 빅토르는 방에서 혼잣말을 뇌까리고 이상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심지어 빅토르는 집에 없는 아버지를 자꾸만 찾기에 이른다. 아들의 기괴한 행동에 불안감을 느낀 지 얼마 안 될 무렵 우치야는 집안에 스며든 공포의 진상과 마주한다. 전반적으로 호러 스릴러의 작법을 택한 영화이지만, 내용의 근간은 상실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모녀의 심리적 파고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속의 이미지, 빼곡한 숲 한가운데 있는 외딴집의 풍경이 인물들의 고립감과 초조함을 적절히 빗대어 표현한다. (이우빈)

바르샤바, 네덜란드 WARSZAWA, Holandia丨우츠 Łódź丨

시놉시스

우츠, 바루티 지구의 활기 속에 한 청년이 진실된 자신을 숨기고 험난한 아르바이트의 일상에 빠져있다. 폭언과 거친 언어가 하루를 채우지만, 누군가 그에게 더 나은 미래를 엿보게 한다. 그들은 스쿠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음식과 시간을 나누고 떠날 날이 다가온다. 

프로그램노트

도시의 오래된 주택가 한켠에서 어머니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파는 남자가 있다. 틈날 때면 오토바이를 몰고 배달 아르바이트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자의 일과는 단조롭다. 당장 하루를 벌어먹고 사는 일 외에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이 무념한 태도는 스스로에게 건 약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남자가 유일하게 이야기를 편히 나누는 상대가 있다. 일하며 만나는 불특정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용건에 그치는 대화가 아니라 자신의 바람과 소망을 들려줄 수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 그러나 그마저 곧 이 동네를, 그리고 남자를 떠날 예정이다. 다가오는 작별의 순간 앞에 남자의 마음은 점점 내달린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는 어쩔 줄 모르는 공허함을 잊으려는 듯 하염없다. (이남영)

잊혀진 섬유 Forgotten Fibre丨브리스톨 Bristol丨

시놉시스

섬유소재 양모의 잊혀진 잠재력과 직물산업이 지속할 해결책을 긴히 청하는 단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노트

인간이 사는 곳엔 언제나 양이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양모에 얽힌 현대 사회의 난점을 가벼운 듯 묵직하게 건드린다. 영화는 무공해에 기반한 양모 의류의 전체적 작업 공정을 보여준다. 양을 키우고 양모를 채집하는 이들, 채집한 양모를 정제하는 이들, 정제된 양모로 직물을 만들고 손수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입을 모아 합성 섬유가 세계 의류 시장을 지배하고 양모의 사용은 거의 사라졌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는 합성 섬유의 위험성, 인공 직물의 공정에서 나오는 공해 문제를 짚기도 한다. 목가적인 양 목장의 풍경과 푸르른 자연의 이미지로 평화롭게 시작한 영화는 그렇게 지구 전반의 환경 위기를 거론하며 아주 넓은 시야로 확장된다. (이우빈)

 

丨Inter-City 03丨

트리게스 티스트레스 Trigues Tistres丨바야돌리드 Valladolid

시놉시스

알바가 루이스를 죽여야 하는 날이다. 루이스는 삶이 녹록치 않지만 오늘 죽고 싶진 않다. 기이한 방문이 두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들은 죽음과, 무엇보다도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벌어지는 대치 상황은 긴장감을 주기보다 다소 엉뚱하게 흘러간다. 아마도 큰 몸집 탓에 풍선이라 놀림 받는 루이스는 수업 시간을 피해 화장실을 찾는다. 벽에 그려진 자신의 낙서를 익숙한 듯 지우는 얼굴이 울적하게 젖어있다. 바로 앞, 매서운 눈초리로 루이스를 향해 활을 겨누는 누군가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쓰는 순간 그가 내뱉는 말은 뜬금없다. ‘난 그거 마음에 드는데’. 자신을 알바라고 소개하는 요상한 외양을 한 이는 킬러라 하기엔 아무래도 허술하고 저승사자라 보기엔 어쩐지 친근하다. 최악이 될 뻔한 날,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의 촉감과 드럼 연주에 들썩이는 어깻짓, 손끝에 닿는 강물의 온도, 오르내리는 시소의 리듬으로 하루를 기억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그는 아마 요정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남영)

사우다드 Saudade丨그드니아 Gdynia丨

시놉시스

아홉 살 소녀가 다가오는 트라우마를 직면하며 한여름 크리스마스 이브로 가족이 모이게 한다. ‘사우다드’는 고통을 부르는 행복한 기억, "남아 있는 사랑"을 뜻한다.

프로그램노트

푹푹 찌는 여름날, 숨죽인 채 집 안 어딘가를 응시하는 어린 소녀가 있다.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지내며 생기를 잃어가는 엄마, 그녀를 간병하고 집안일을 챙기느라 여유가 없어 보이는 이모, 종일 밖에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알 수 없는 예민한 언니까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 아홉 살 소녀는 혼자 자라는 법을 배워간다. 아픈 엄마와 눈을 맞추고, 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누는 일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울카는 오늘 엄마를 위해 크리스마스 식탁을 선물하고 싶다. ‘Saudade’. 그리움, 향수, 고독이란 단어로 쉬이 설명될 수 없는 고유한 감정. 마침내 모두의 손을 보태어 완성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마주할 때, 마음 깊은 곳에서 공명하는 이 복잡한 감정을 마침내 헤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남영)

아버지는 물이 무서워 My Father Is Afraid of Water丨뭄바이 Mumbai丨

시놉시스

어머니 간병으로 형이 병원에 간 동안, 프라틱은 집에 남아 치매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돌보기로 한다. 그러나 그의 인내와 결단은 아버지를 돌보는 매일의 도전 속에 곧 시험에 든다.

프로그램노트

내리사랑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치사랑은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할 만큼 어렵다고 한다. 프라틱은 치매 걸린 아버지를 돌보게 된다. 아픈 어머니까지 형이 봉양하고 있기에 일이 바쁘단 핑계로 아버지를 모르는 체하기 쉽지 않다. 누군가를 극진히 살피기 시작하면 자신의 삶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희생하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생일대의 미팅조차 취소하며 아버지를 보살핀다. 제시간에 약을 먹이는 것도, 양치를 시키는 것도, 온전히 변을 누이는 것도 만만찮다. 억지로라도 음식을 먹이고, 몸을 씻기고, 말썽을 잠재워야 한다.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갓난아기를 돌보듯 아버지를 살피는 프라틱. 물론 과거 아버지 또한 그를 그렇게 키웠을 것이다.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은 본능에 새겨진 것이 아닌 수고가 필요한 종류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라틱의 행동에서 그러한 구분이 무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과거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었던 무궁무진한 사랑을 짐작하게 되므로.(윤지혜)

카에타노의 새 안경 The New Glasses of Caetano丨산투스 Santos丨

시놉시스

새 안경이 등장하면서 모자 간 관계가 바뀌는 이야기

프로그램노트

이 영화는 과거에 묶인 관계의 양상과 습관의 행태로부터 탈피하려 애쓰는 한 모자의 모습을 그린다. 정말이지 단순한 하나의 행동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들 카에타노는 자신의 새 안경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버린다. 여태까지 그는 엄마와 함께 마리아 씨의 가게에서 안경을 사 왔었다. 어쩐지 엄마와 거리를 두는 듯 보이는 카에타노. 엄마는 그런 아들의 소원한 행동에 서러운 감정이 들 뿐이다. 나중에는 오해가 덧대어져 카에타노의 새 안경을 부수기까지 하는 엄마. 두 사람이 서로에게 품은 진짜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아들을 자신의 곁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아들 사이의 관계는 무탈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함께’에서 ‘혼자’로,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며 변화한다. 이제 아들은 새 안경을 쓰고 홀로 집 밖을 나서야 한다. 어찌 되었든 엄마는 아들에 대한 시를 쓰고, 아들은 엄마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 그렇게 서로 간의 사랑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윤지혜)

 

丨Inter-City 04丨

여러가지 Colors 丨후쿠오카 Fukuoka丨

시놉시스

료는 코미디언을 꿈꾼다. 시각장애인 여자친구 아오이는 그를 지지한다. 이들이 상상하는 각자의 미래는…

프로그램노트

료는 코미디언이 되기를 꿈꾸는 청년이다. 아오이는 그의 꿈을 자기 꿈인 것 마냥 지원하는 료의 연인이다. 길거리 공연을 보러 가고, 공연용 상황극이 녹음된 파일을 틀어둔 채 료와 역할놀이를 하는 등 그야말로 지극정성인 아오이. 어쩌면 그녀에게 료의 존재는 사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인 아오이에게 료의 목소리, 료와 동료들의 유쾌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다 선명하게 만드는 것들이지 않을까. 하지만 료가 가지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꿈 때문에 가난해진 자신의 생계를 아오이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하고자 하는 코미디언 일은 마냥 쉽게 풀리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에 푼돈이라도 벌려고 식당에서 일하는 료. 과연 두 사람 간의 관계는 탈 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인물과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을지언정 영화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이 작품에는 불안에 동요하는 두 청춘의 얼굴이 사려 깊게 담겨있다. (윤지혜)

하늘과 땅에 In Heaven and on Earth丨그드니아 Gdynia丨

시놉시스

사랑하는 아버지의 장례식 중, 11살 토샤는 아버지의 애인과 5살 아들 카이텍을 만난다. 토샤는 원치않는 손님을 쫓아내려다 결국 카이텍에게 화를 낸다. 그러나 토샤가 적으로 여긴 소년은 그녀와 아버지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어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게 한다.

프로그램노트

누군가의 죽음 이후 그가 남긴 것들이 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죽은 자가 남긴 것들 사이에서 제각기 방식으로 애도를 행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 사랑하는 아버지를 여읜 소녀 토샤가 있다. 관 속에 든 아버지의 시신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는 토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담아낸다. 그렇게 장례를 치르던 중 아버지의 정부와 그녀의 꼬마 아들 카이텍이 들이닥친다. 토샤는 그 두 사람이 눈꼴사납다. 정부의 머리채를 잡고, 카이텍을 근처 농가의 짚단 더미 위에 올려두고 오는 등 온갖 기행을 벌이는 소녀. 하지만 토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어느덧 이어지는 장례 행렬. 저 멀리서 정부와 카이텍이 뛰어오고 있다. 둘은 가까스로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씩씩대며 토샤 옆으로 가는 카이텍은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아버지를 만났어.” 남겨진 이들은 헐렁한 매듭처럼 연결된다. 그것이 죽은 이의 바람이기라도 하듯 나슨하게, 또한 단단하게. (윤지혜)

관심 Concerned丨골웨이 Galway丨

시놉시스

영화는 성, 정체성, 부모/자녀 역할 등에 대한 공공의 '관심'과 실제 관련된 이들의 개인적 현실, 즉 성별 비순응자들과 그 가족 사이의 실제적인 간극을 심층고찰한다. 이는 연출자들 자신의 모녀지간을 통해 드러난다.

프로그램노트

한 모녀가 직접 찍은 이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남성으로 태어났던 헤이즐이 여성으로 변화해 온 과정을 담는다. 헤이즐과 제니는 단출하게 설치한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인터뷰하듯 서로를 찍으며 대화하기도 한다. 영화는 과거 제니가 헤이즐을 찍었던 캠코더 영상을 매개로 진행되는데, 그 속엔 헤이즐이 어릴 적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왔음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헤이즐이 모았던 장난감은 성별에 따른 역할이 특정되지 않는 캐릭터나 사물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헤이즐의 내면은 외부 세계를 부수려는 충동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당시엔 몰랐던 헤이즐의 과거가 기록 영상을 통해 발굴되는 동시에 지금 헤이즐과 제니가 마주한 가정의 풍경 역시 기록되고 있다. 모녀가 통과했고 통과할 시간의 감흥이 영화를 감싸는 것이다. (이우빈)

옛썰! Yes, sir!丨뭄바이 Mumbai丨

시놉시스

인도의 상위계급 브라만(지배계급)인 티와리는 사무원으로 최근 달릿(하층계급)이 고위 간부가 되어 불만인데, 그 간부의 화장실 배수구가 막힌다. 이 이야기는 역전된 계급질서와 관리자에 대한 티와리의 계급적 편견이 서로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배수구 문제를 해결하는지 그려낸다.

프로그램노트

여전히 카스트 제도를 내면화하고 있는 현대 인도 사회의 치부를 희극적인 톤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카스트 제도의 잔존을 건드릴 뿐 아니라 능력 만능주의 사회로 변화하며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하는 사회의 모순이 드러난다. 공공기관의 말단 직원인 티와리는 새로 부임한 고위직 간부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자신은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나 간부는 카스트에도 속하지 않는 달릿, 이른바 불가촉천민 계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인도의 관료 사회에서 카스트 제도는 별 효력이 없다. 티와리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 채 허드렛일에 매달려야 한다. 그에게 가장 큰 위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간부 사무실의 화장실 배수구가 역류해 버린 것이다. 공사 담당자를 찾지 못한 티와리는 일을 직접 처리해야 할 상황에 부닥친다. (이우빈)

 

丨Inter-City 05丨

발렌타인 특급 The Valentine's Express丨산투스 Santos丨

시놉시스

마벨의 삶은 항상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버스 터미널에서 티켓을 판매하며 사람들을 서로 옆자리에 앉혀 커플이 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남의 삶에 피어나던 사랑이 이제 자신의 삶에 피어날 것을 몰랐다.

프로그램노트

버스 터미널의 매표소에서 일하는 마벨에겐 비밀스러운 취미가 한 가지 있다. 눈이 맞을 것 같은 승객들을 일부러 옆자리에 앉히거나, 커플 손님이라면 떨어져 앉지 않도록 직접 손쓰는 취미다. 남의 사랑을 맺어주는 마음은 유복하나 정작 메이블 본인의 사랑은 난항이다.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오며 사랑의 기류가 거리 곳곳에 넘쳐흐르지만 별다른 기대감은 없다. 동성을 좋아하는 그에겐 마음을 쉬이 밝힐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나 매번 가던 단골 카페에서 메이블은 첫눈에 반한 상대를 목격하고 사랑의 상상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 사랑의 충격을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한 일련의 몽타주가 눈에 띈다. 온갖 동물이 입을 맞추는 모습, 충격의 강도를 가시화하는 폭발과 붕괴의 장면 등이 화면을 재빠른 속도로 탐닉한다. (이우빈)

마누엘라 MRS. MANUELA丨바야돌리드 Valladolid丨

시놉시스

모니카는 마드리드의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에만 전념한다. 루이사는 가족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스페인으로 온 페루 여성이다. 모니카의 어머니 도냐 마누엘라의 죽음이 그들의 삶을 엮어준다.

프로그램노트

여기 한 집에 네 여성이 있다. 마누엘라, 모니카, 수사나로 이어지는 모녀 삼대와 그들과 집을 돌보는 루이사다. 이야기는 마누엘라로부터 시작된 듯 보이지만 그녀는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니카의 딸 수사나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모니카와 루이사가 보내는 시간에 집중한다. 온종일 일에 매달리고 스스로를 가꾸는 데에 열중인 모니카는 가족들과 소통하는 일이 어렵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페루를 떠나 온 루이사는 고향에 두고 온 삶이 내내 사무치게 떠오른다. 이들은 한 집 안에서조차 시공간을 따로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철저하게 각자 존재하면서 홀로 괴로워한다. 그런 그들을 덮쳐 온 상실감은 두 사람을 무너지게도 만들지만 아픔을 나눌 때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일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믿음을 확인시켜준다. (이남영)

아누캄파 Anukampa丨뭄바이 Mumbai丨

시놉시스

56세 경장 사트비르 야다브의 은퇴가 가까워졌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적응했지만 현장 임무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정기 순찰 중 상황이 격화되자 그의 아버지가 가졌던 직업적 이상을 실행할지 보훈대상자 자녀취업지원제도에서 아들을 제외하게 할지 그는 기로에 선다.

프로그램노트

오랜 세월 경찰관으로 일해 온 야다브는 다가오는 은퇴를 대비하여 신청한 전근을 하루이틀 앞두고 오늘도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가 일상에 뿌리 내린 가운데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바깥에서 착용한 마스크와 소지품들을 꼬박꼬박 소독하는 모습에서 그의 성품을 읽어낼 수 있다. 그에게는 아내와 아들이 있지만 속깊은 대화나 친밀한 스킨십을 나누지 않는다. 특히 아들과의 대화는 자주 어긋나곤 한다. 아들은 자신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가 평소 가꾸는 정원에 들이는 관심만큼만 제게 주길 내심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난 뒤, 이 부자가 우연히 한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길 위의 짧은 순간이, 두 사람의 얼굴이 더욱 마음에 남을 것이다. (이남영)

부재 Not-Being丨비톨라(스코페)  Bitola(Skopje)丨

시놉시스

마케도니아 시인 아초 쇼포프의 시 “불의 오랜 도래”, “부재”, “검은 여인의 꿈 속으로”, “공포사”에 기반한 네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노트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주목할 만한 네 개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소개한다. 은 추상적이고 거친 선들로 존재의 근원을 추적하고 있다. 몸속 깊은 곳에서 자라나는 태아의 형상, 땅속으로부터 움트는 싹의 모양을 나타낼 뿐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심상들의 뿌리를 표현하고 있다. <부재> 또한 존재의 탐구 여정을 그린다. 걷는다는 행위, 프레임 안에 갇힌 각양각색의 인간 형상을 통해 존재와 비존재를 가르는 무의식의 영역을 의미심장하게 묘사해 낸다. 은 조악한 인형들을 통해 끔찍한 꿈 속 세상의 모습을 나타내는 애니메이션이다. 혹자는 꿈 안에서 반항할 힘을 잃은 채 매서운 존재와 마주해야 한다. 무의식은 의식의 영역을 잠식하고, 인형이 들어찼던 대기 공간은 이제 텅 비어있다. 는 이미 시작 자체가 비극이라 말하는 염세적 세계관을 그린다. 봄을 생명력 넘치는 계절의 출발로 여기기보다 거짓과 상처로 가득 찬 고뇌의 시기라 부른다. 샛노란 인간 형상의 조각들은 부식되고 움츠러들 뿐이다. 이 괴기스럽고 낯선 스코페 작품들과의 조우는 정말이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윤지혜)

 

丨Busan丨

김밥이에요! It’s Gimbap! 

시놉시스

손님 하나 없는 김밥집에 삐삐가 나타났다.

프로그램노트

스크린을 응시하다 보면, 특정할 수 없는 과거에 느꼈던 정감이 들숨에 가득 섞여 들어오는 때가 있다. 아마도 그런 순간에 느껴지는 막연하고도 강력한 그리움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여 왔을 것이다. 이 작품은 영화와 극장이 주는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잘 사용되지 않는 아카데미 화면비를 고른 취향이, 그 옛날 어린이들을 매료시켰던 삐삐를 영화에 끌어들인 결정이, 삐삐의 목소리를 후시녹음 처리한 선택이, 영화가 응시하고 있는 방향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 선명함이 영화를 다소 과장되게 만드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 단순성이야말로 이 영화가 소박한 따뜻함을 성취 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이다. 또한 영화의 단순함과 소박함에는 영화 너머의 현장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데 모여 우당탕, 우왕좌왕 동화를 만들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눈앞에 선히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 (성동욱)

배우님은 무슨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who's the actor?

시놉시스

배우인 길호와 민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정해 매달 유튜브 영상으로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배우인 유정과 세완을 만나게 되고 길호는 둘 사이에서 각각 다른 연기를 하게 된다.

프로그램노트

영화엔 카메라 앞에 설 기회를 갈망하는 배우들이 나온다. 현장에 나서지 못하는 그들은 작은 캠코더를 가지고 자신들이 일상에서 겪었던 상황을 직접 영상으로 제작한다. 그들은 그들의 사연이 재현되는 순간을 카메라 뒤에서 지켜본 뒤, 자신의 경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이해를 얻게 된다. 이 설명만을 놓고 보면 카메라의 직관적 능력을 영화 전면에 내세워 형식적 실험을 추구하는 일군의 영화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천현이 가리키는 방향은 다른 쪽이다. 박천현은 카메라가 그 앞에 놓인 존재들에게 미치는 영향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배우들의 액션과 리액션이 카메라와 카메라 뒤에 선 존재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를 아울러 품고 있다. 그러니 영화는 연출자가 카메라가 가진 능력을 기반으로 배우와 연기 예술을 탐구하는 실험실이 아니라, 카메라를 중심축으로 운동하고 있는 존재들의 상호주체성과 공동체성을 밝게 비추는 르포르타주다. (성동욱)

살이 살을 먹는다 Laid-back Town

시놉시스

지와는 오랜만에 고향 집에 돌아와 잠만 잔다. 잠에서 깬 지와는 예전에 함께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민식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프로그램노트

하릴없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낙서를 하고, 겨울잠을 자듯 긴 잠에 들고, 오징어 입을 다듬고… 영화는 행위의 목적과 결과가 효율, 가치, 의미 같은 것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일들의 연쇄다.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고즈넉한 시골 마을, 사람들을 따라 마음 가는대로 흘러다니며 독특한 정취를 자아내는 이 영화는 쉽게 무언가가 되려 하지 않아서 좋다. 아니, 그럴 수 없다고 생각 하는지도. 늘 그래왔던 것들이 견딜 수 없어진 순간, 누군가는 그걸 바꿔보려 하고 누군가는 떠나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력감, 불안, 상념, 외로움이 어디 정체된 시간 안에서만 생성될까. 그 무엇이 곁에 있어도 굴하지 않고 그들이 자유롭길 바란다. (김지연)

 

丨Drawing City丨

빛과 열: 부산 중구 용두산길 Light and Heat: Yongdusan-gil, Jung-gu, Busan

시놉시스

한 남자가 용두산 공원을 걷는다.

프로그램노트

용두산공원 곳곳의 풍경이 스산해 보이는 건 밤과 어둠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생각을 떨치지 못하다 문득 제작연도에 눈길이 닿는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상을 멈춘 시기. 그렇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밤의 공원을 그와 겹쳐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동상들, 시계, 산책로… 익숙한 풍경과 사물들이 낯선 시간, 산책자와 세월을 겪어낸 그의 신체, 옛시절을 붙든 사진들이 교차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돌아갈 수도 나아갈 수도 없이 머물러 있는 듯한 이 시간과 장소는 가로등과 조명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 그리고 삶이라는 시간을 지나온 조용한 삶의 열기 속에서 더 선명해지는 것만 같다. (김지연)

빛과 열: 부산 중구 보수동길 Light and Heat: Chaekbanggolmok-gil, Jung-gu, Busan

시놉시스

한 남자가 보수동 책방골목을 걸어간다. 여자도 걸어간다.

프로그램노트

신호등에 보행자 신호가 점멸한다. 곧 보수동 책방골목과 인근 거리의 풍경을 담은 푸티지가 빠르게, 전자음과 함께 연쇄된다. 마감을 앞둔 저녁답의 책방골목 풍경, 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남자의 씩씩한 발걸음, 남자와 인연이 있는 듯한 여자의 맑은 얼굴, 매대에 켜켜이 쌓인 헌책 등이 한데 엉켜 몽타주 시퀀스를 이룬다. 그 이미지들 간에 장소 외의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영화 후반부에 거리를 거닐던 남자의 짧은 내레이션을 통해 거칠게 추측할 뿐. 사실 이 영화를 만끽하는 것에 있어, 이런저런 언어 정보야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영화가 분출하는 에너지는 언어 아닌, 쇠락한 도시 풍경의 서글픔과 밤 산책의 묘한 정취로 빚어진 것이니까. (성동욱)

프로이트를 죽이다 vengeance

시놉시스

종하는 환청을 듣고 지옥같은 삶에서 구원 받기를 원한다. 종교적 구원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구원 받기 위해 조원장을 찾아간다.

프로그램노트

김종한의 숏은 회화나 사진을 닮았다. 잘 짜인 구도가 그런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좀체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와 대상들로 인해 그러할 터. 김종한은 고정된 카메라가 1인제작 시스템에서 오는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카메라를 움직이기 쉬워진 환경에서 그의 선택은 귀하다. 그의 카메라가 서는 곳은 고요하고 쓸쓸하며 인적이 드물다. 그런데 거기엔 절망, 슬픔, 우울함 같은 것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 나름의 역사, 질서, 체계를 발견하고 거기에 이는 사소한 움직임을 주시하게 된다. 특히 자연물들은 존재를 증명하듯 강렬한 생명력과 색감을 뿜는다. 영도 일대의 산과 바다를 느긋하게 배회하는 이 영화는 시놉시스에 따르자면 과거의 상처로 인해 고통스럽고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한 남자와 그의 우산은, 사람마저 정물처럼 보이게 하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프레임을 자주 횡단하며 영도 일대를 마치 유랑하는 것만 같다. (김지연)

왜 쿠르드에서 영화 만들기는 어려울까? Why is difficult to make film in Kurdistan?丨아디야만 Adiyaman丨

시놉시스

소녀는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 가족은 영화를 금기시하며 종교 교리를 위반한다고 여긴다. 영화는 소녀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사회와 가족의 압력에 대응하는 모습을 그린다.

프로그램노트

사진적 재현을 향한 욕망의 근간에 놓인 미라 콤플렉스와 종교, 관습, 문화가 엉킨 다큐멘터리. 사진이 흥미롭긴 한데, 종교의 가르침, 그러니까 죽음과 부활을 믿는다면 순간을 영원히 붙드는 그 매체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지만 사람은 또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된 존재인지. 엄마와 할머니는 TV와 영화 보기를 좋아하지만 가짜들이 사람을 현혹하는 그 세계가 마뜩찮다. 그러면서 또 촬영을 완강히 반대하진 않는다. 넓은 세상과 변해가는 시대를 그들이 영영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그런 것이 딸이나 손녀에 대한 사랑일 것이리라. 두 사람의 모순을 꼬집는 연출자의 목소리에도 애정이 어려 있다. 얼굴만으로도 뉘집 자식인지 알아보는 작은 마을, 카메라가 고정관념, 편견, 인식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친척과 이웃들 사이를 누비고 버티는 동안 프레임 안팎에서 연출자의 열정, 용기, 그리고 삶은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김지연)

그림자 Umbra丨우츠 Łódź丨

시놉시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소중한 사람을 보낸 뒤 우리는 무엇을 느낄까?

프로그램노트

카메라는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머물고, 그 집에 살고 있는 남자와 여자 두 사람만을 찍는다. 남자와 여자는 영화 시작부터 중반까지 줄곧 같은 집,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한다. 두 사람이 영위하는 생활은 언뜻 차갑게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빈 곳을 충실히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불쑥 불길한 이미지 하나가 영화 안으로 침습해 들어오고, 별안간 여자는 사라진다. 남자는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존재를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다. 감독은 이 단순한 플롯을 무성영화라는 틀 속에 집어넣어 섬세히 가공했다. 쇼트를 나누는 방식, 인상적인 폴리 사운드, 과감한 생략을 활용한 편집 등에서 무성영화의 스타일을 충실히 재현 해내려는 감독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감독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누구나 두려워하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상실의 악몽이 영화에 온전히 새겨지게 되었다. (성동욱)

 


 

포스터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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