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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조각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22시 23분경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이 담화는 국가긴급권을 남용한 사례로 대한민국 전역에 위헌과 위법의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무력화를 시도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약 330분 동안의 괴이한 사태는 1979년 10월 26일 독재자 박정희의 사망 직후 선포된 계엄 이래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자, 1972년 10월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이었다. 이후 내란수괴 윤석열의 이야기는 탄핵과 파면, 그리고 체포와 구속으로 막을 내린다. 다시 내란수괴의 시간으로 돌아 가본다. 정확하게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시작하는 윤석열의 말이다. 윤석열은 국민을 존경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자격도 없었으며, 호소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 사태는 윤석열의 말보다는 늦은 밤의 평온을 깨뜨리고 디스플레이 장치의 화면 위로 등장해 술에 취한 듯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씩씩거리는 그의 행동으로 각인되어 있다. 기괴함이 감도는 이 담화는 “사회 집단 내에서 권력과 이익을 조정하고, 질서와 정책을 실현하는 행위와 태도”를 의미하는 ‘정치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질서유지, 타협과 비폭력, 인간에 대한 이해와도 거리가 멀다. 가장 ‘정치적’이었어야 할 이의 저열한 말과 행동은 대한민국을 괴이한 공포에 빠뜨렸다. 올해 포럼 인디크라시에서는 아직은 식지 않은 이 사태의 조각을 통해 정치적 국면과 사태, 그리고 인간의 행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태의 조각을 다루는 인간의 행위는 영화의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재설정하며 어떤 정치적 현실을 구성해내는 것일까? 이 섹션에서 소개하는 일곱 작품 속 인간은 탈주범, 유흥업소 종사자, 예술가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저마다 속해있거나 처하게 된 정치적 국면에서 특정 행위로 마주한 사태를 숙명과 일상을 오가는 가운데 거울처럼 비춰낸다. 여기서 사태란 도망치고 추격당하는 일, 웃음을 팔며 자신의 마음속 그늘을 만드는 일, 관념을 재현해 내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상을 포착하는 장면의 외연과 이미지 바깥의 세계,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의 선택 역시 하나의 사태이자 국면이 된다.
오민욱
사태의 조각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윤석열은 2024년 12월 3일 22시 23분경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발표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이 담화는 국가긴급권을 남용한 사례로 대한민국 전역에 위헌과 위법의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무력화를 시도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약 330분 동안의 괴이한 사태는 1979년 10월 26일 독재자 박정희의 사망 직후 선포된 계엄 이래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자, 1972년 10월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이었다. 이후 내란수괴 윤석열의 이야기는 탄핵과 파면, 그리고 체포와 구속으로 막을 내린다. 다시 내란수괴의 시간으로 돌아 가본다. 정확하게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시작하는 윤석열의 말이다. 윤석열은 국민을 존경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자격도 없었으며, 호소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 사태는 윤석열의 말보다는 늦은 밤의 평온을 깨뜨리고 디스플레이 장치의 화면 위로 등장해 술에 취한 듯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씩씩거리는 그의 행동으로 각인되어 있다. 기괴함이 감도는 이 담화는 “사회 집단 내에서 권력과 이익을 조정하고, 질서와 정책을 실현하는 행위와 태도”를 의미하는 ‘정치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질서유지, 타협과 비폭력, 인간에 대한 이해와도 거리가 멀다. 가장 ‘정치적’이었어야 할 이의 저열한 말과 행동은 대한민국을 괴이한 공포에 빠뜨렸다. 올해 포럼 인디크라시에서는 아직은 식지 않은 이 사태의 조각을 통해 정치적 국면과 사태, 그리고 인간의 행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태의 조각을 다루는 인간의 행위는 영화의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재설정하며 어떤 정치적 현실을 구성해내는 것일까? 이 섹션에서 소개하는 일곱 작품 속 인간은 탈주범, 유흥업소 종사자, 예술가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저마다 속해있거나 처하게 된 정치적 국면에서 특정 행위로 마주한 사태를 숙명과 일상을 오가는 가운데 거울처럼 비춰낸다. 여기서 사태란 도망치고 추격당하는 일, 웃음을 팔며 자신의 마음속 그늘을 만드는 일, 관념을 재현해 내는 일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상을 포착하는 장면의 외연과 이미지 바깥의 세계,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의 선택 역시 하나의 사태이자 국면이 된다.
오민욱